가수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린 유명 한식당 대표가 사망하며 반려동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의 프렌치불독은 과거 수차례 공격성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반려견 혐오' 시선까지 대두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스타트업 펫슬랩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의 펫슬랩 사무실에서 김예성 대표를 만났다.
“줄만 묶었어도 막을 수 있었을텐데, 양쪽 모두 안타까웠죠.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얼마나 법에 빈틈이 많았는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펫슬랩은 반려동물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반려동물 애호가는 급증하는데 믿을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2015년 창업했다. 26일 현재 펫슬랩 페이스북 팔로어는 37만명. ‘반려동물과 삶을 연구한다’는 콘셉트로 ‘유기견 만났을 때 주의할 점’ ‘강아지에게 약 먹이는 법’ ‘실내에서 스트레스 풀어주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산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엘리베이터에서 지켜야 할 반려견 매너 영상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현관문을 열기 전부터 강아지를 앉혀두고 사람이 있는지 살피는 장면이 나온다. ‘엘리베이터 문에서 약간 떨어져 기다리기’ ‘사람이 타고 있을 땐 괜찮냐고 물어보기’ ‘탑승 후 한쪽 벽에 붙어 있기’ 등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배려를 짚었다.
하지만 한정된 팔로어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전반적인 반려견 문화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거듭 “법이 탄탄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목줄을 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동안 강아지가 무는 문제가 사소하게 다뤄졌지만 벌금이 강력하다면 어떨까요?”
독일에선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개를 키워도 될 만한 사람인지 파악하는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을 통과해 반려견을 입양하면 첫해에 다시 실습시험을 치른다. 미국은 반려견 사고에서 철저하게 주인의 책임을 묻는다. 개가 어린이를 물어 숨지게 한 사고로 견주가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견을 입양하는 과정부터 적절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면 많은 문제가 줄어들 거라고 봤다.
김 대표에게도 3년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길에서 대형견을 마주치면 “겁이 난다”고 했다. 제대로 사회성 훈련을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형견에게 공격적인 위협을 받는 일도 많다고 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부모에 대한 기준은 다를 거예요. 하지만 어떤 부모든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때리는 건 잘못됐다고 말해줘야 하죠.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에게 어떤 사료를 하루에 몇 번 먹일지 정하는 건 자유지만 밖에 나가서 사람을 공격하는 건 잘못됐다고 가르쳐줘야 합니다.”
김 대표는 “길에서 마주치는 강아지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이웃의 반려견이 무섭다고 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먼저라는 것이다.
입마개를 학대라고 보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도 “학대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를 자연 그대로가 아닌 ‘반려견’으로 키우는 이상 어떤 행위도 100% 학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였다. 김 대표는 “아기를 차에 태웠을 때 답답한 카시트에 앉히는 일을 학대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목줄이나 입마개가 아무리 불편해도 더 큰 사고를 방지하려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반려인이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면 반려견 혐오 정서도 잦아들 거라고 봤다. 또 반려견 관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목줄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법으로 규제하지만, 나중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리라 믿습니다. 그럼 더 즐겁게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겠죠.”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