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24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북한의 국제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는 초강력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415표 대 반대 2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이 법안은 북한에 억류됐다 본국 송환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법’으로 명명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문제를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압박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아시아 순방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실질적인 대북 압박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의회가 행정부와 보조를 맞춘 행보이기도 하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기업과 기관, 개인 등을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실질적 이행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공화당 소속 앤디 바 의원도 기존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을 겨냥한 가장 광범위한 금융 제재를 부과하려 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모든 규제를 행정부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등 제재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도 금지키로 했다.
나아가 이 법안은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를 고용한 외국 기업까지 금융 제재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사실상 중국 기업과 은행을 주요 제재 대상으로 겨냥한 것으로 향후 상당한 실효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 7월 입법부 차원의 대북 제재법안으로 원유 수입 봉쇄 등 전방위 제재 방안이 포함된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한편 최근 해외 언론들을 대상으로 국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 당국이 유럽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북한 경제관료 3명은 독일 매체 포커스 온라인과 네덜란드 NRC, 우크라이나 주간 팩트 기자들과 평양 보통강 호텔(보통강려관·普通江旅館)에서 가진 합동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는 북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중요한 것은 자급자족”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기자단의 북한행을 주선한 네덜란드 한국재단(KPMG)의 미힐 호흐훼인 북한 전문가도 인터뷰에 동석한 가운데 북한 측에선 김상후 북남경제협력분과 과장, 김웅호 정치경제분과 과장, 김준루 경제 연구소장이 나왔다.
김웅호 과장은 2010년 이래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급증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경제적 우호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라면서 “경제 환경이 비슷한 국가 간 무역이 늘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북한 관료들은 북한이 국내총생산(GDP)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해 “다른 지표를 사용한다”면서 “대신 산업 총생산은 120%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비교 시점 등을 묻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어 “우리는 경제지표를 다 드러내길 원치 않는다”면서 “그렇게 되면 외세가 우리의 주요 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중국의 원유 공급 대폭 제한에 대한 질문에도 “원유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이 시점에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란 강변을 늘어놨다.
이들은 “대북 제재가 해제될 경우 북핵 개발을 동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 질문에 북한 통역관이 통역을 거부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루 소장은 “모든 북한 사람들은 비상사태 시 나라를 위해 군대에 동원된다. 2500만명이 모두 그렇다”면서 “이것은 숫자나 통계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북한의 진정한 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