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때만큼 신념이 확고하진 않다. 하지만 지금 내 생각은 무게가 있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관찰자가 아닌 참가자가 될 때, 이런 나의 신념은 보다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거다.” -1984년 편지 中
22살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학 시절 자신의 삶의 위치와 인종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지역사회 운동가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을지,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연애편지에 녹여냈다.
청년 오바마의 고민과 생각이 담긴 30장의 연애편지가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국 에머리대학교 로즈도서관이 이날 공개한 9통의 편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학 시절 여자친구였던 알렉산드라 멕니어에게 1982~1984년 보낸 편지다. 맥니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컬럼비아대로 편입하기 전에 다녔던 캘리포니아주 옥시덴탈 칼리지의 동문이다. 에머리대학은 2014년부터 이 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에야 이를 공개할 수 있게 됐다.
1980년대에 쓰인 이 편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기까지 추구했던 삶의 가치와 과정 그리고 그의 심리가 담겨 있다. 대학 측은 “매우 서정적이고 시적인 편지”라고 설명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입학한 오바마의 모습을 탐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지가 쓰여진 시점 오바마는 뉴욕에서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제비즈니스기업’이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오바마는 ‘국제비즈니스 머니리포트’ 신문에 기고하는 일을 했다. 회사에 들어갈 무렵 오바마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지역사회 조직의 봉급은 내가 살아가기에 너무 적다. 그래서 1년 동안 전통적인 일자리에서 근무하며 충분한 돈을 모으고 그다음에 내 관심사에 맞는 일을 할 거다.”
입사한 그는 “회사에서 모두가 내 등을 후려치고 있다”며 열의 없이 다녔던 직장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맥니어와의 이별로 향하던 1983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자친구를 향한 감정을 서술하기도 했다.
“내 감정은 혼란스럽지만 너를 자주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계속 원할 것 같다. 그것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다. 또 그게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편지에 불안한 감정만 담겨있었던 건 아니다. 오바마는 전 여자친구에게 ‘여자주인공 되기’이라는 책의 뉴욕타임스 서평을 오려 편지로 보내는 등 다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드라 길리스피 에머리대 교수는 “그의 연애 전략 중 일부”라며 “자신의 초기 페미니즘 성향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그들이 ‘지적인 관계’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