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우리 정치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있겠는가 마음이 아프다”며 “잘 모시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문건 유출 건을 부인하거나 책임을 피하고자 하지 않는다. 국정운영을 조금이라도 잘 해보기 위해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들이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국정을 맡긴 일,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일 등에 대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신의 지인에게 어떤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통치행위의 일환”이라며 “과거 대통령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상들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최씨의 행동과 연계돼서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도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대규모로 유출해 최씨가 국정에 개입해 농단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문건이 악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일반 국민들이 국정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뿌리째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선고 공판을 박 전 대통령 재판과 분리해 다음달 15일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심리 경과에 비춰 이 사건과 함께 선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