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음식과 물을 얻기 위해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로힝야 여성들은 오늘도 몸을 판다. 캠프의 '매춘부' 중 많은 수는 어린이다. 그들은 하루 한 끼도 못 먹고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부모조차 모르게 이 일을 하고 있다.
톰슨로이터재단은 24일(현지시간) 로힝야 난민캠프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조명하는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캠프 현장의 모습은 이랬다.
여성 네 명이 천막에 들어와 부르카를 벗었다. 매춘을 하느냐는 질문에 눈은 불안하게 움직였고 이내 침묵에 빠졌다. 잠깐 차를 마신 후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여성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이윽고 한 여성이 몸을 일으켜 천천히 걸어가서는 천막의 문을 조용히 닫았다. 비좁은 천막 안에 어둠이 깔렸고 나지막한 속삭임이 전해졌다. 26세의 로미다는 조용히 말했다. “누구든 우리가 하는 일을 알면 우리를 죽일 거예요.”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인종 로힝야족은 60만명 이상이 지난 8월 이후 정부군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망쳤다. 오래 전부터 대규모 난민캠프가 조성된 쿠투팔롱에는 이후 매춘 산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지역 매춘부의 다수가 난민캠프의 장기 거주자들이다. 수만명의 성인 여성과 여자 아이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매춘 산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매춘을 알선하고 있다는 누르는 “현재 최소 500명의 로힝야 매춘부가 쿠투팔롱에 살고 있다. 매춘 알선업자들은 신입 매춘부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대가 긴밀하고 지극히 보수적인 로힝야족 사람들은 매춘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 누르는 “사람들은 매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매춘 소녀들은 캠프 밖에서 방글라데시인 손님을 받는다. 같은 로힝야족에게는 몸을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18세 레나는 10년 넘게 난민 생활을 했고 2년 전 알코올 중독자와 강제로 결혼했다. 레나는 “남편은 나를 학대하고 때렸다”고 했다. 첫 아들을 낳았을 때 남편은 떠났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건 불가능했다. 레나는 “매춘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16세였다. 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4세 캄루도 역시 몸을 판다. 몇 년 전 난민캠프로 흘러들어왔다. 가난 때문에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캄루는 “여기서 자랐고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캠프뿐이다. 항상 배가 고팠다”고 회상했다.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리사 아케로는 “구호단체들이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으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성매매의 위험은 더 커진다”고 걱정했다.
굶주려 영양실조로 허덕이는 로미다에게 매춘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로미다는“내 스스로에게 나는 뭐든 할겨야라고 말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로미다의 첫 고객은 방글라데시인 친구였다. 그때 1000다카(약 12달러)를 받았다. 큰 돈이었다. 지금은 200다카(약 2.4달러·2700원)를 받는다. 그 중 절반을 알선업자가 떼어간다.
성매매는 전화로 이뤄진다. 매춘 알선업자는 “어디로, 누구를 찾아가라”고 알려준다. 로미다는 보통 일주일에 3명 '손님'을 받는다. 더 하면 발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로미다는 “가끔 2시간 거리까지 원정을 나갈 때도 있다. 캠프를 벗어나려면 핑계가 필요하다. 친척을 만난다거나 장을 보러간다고 둘러댄다”고 말했다. 로힝야 여성들의 고객은 대학생부터 지역 정치인까지 다양하다. 로미다는 “피임 주사는 맞지만 매일매일 에이즈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 캠프로부터 30분 거리에는 지역 자선단체 펄스가 마련한 쉼터가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정신과 의사도 있고, 30여명의 여성을 수용할 수 있다. 쉼터 활동가 쿠르시다 악타르는 “이곳에 오는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하지 않을 수 있다. 강간을 당했든 미혼모든 매춘부든 누구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쉼터는 자포자기한 여성들이 재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많은 로힝야 여성들은 이런 쉼터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캄루는 혹시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쉼터에 관해서는 묻지도 못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들은 다시 부르카를 쓰고 천막을 나섰다. 또 생존을 위해 몸을 팔 것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