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약속했는데...” 음주운전 차량에 숨진 마라토너

입력 2017-10-25 11:01

미 코스타리카에서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베네수엘라 야녜스 파체코(35)선수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야네스는 이번 대회에서 마라톤 상금을 받아 고향에 있는 13세 아들에게 보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라 나시온 등 현지언론은 지난 22일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데이비드 야녜스 선수가 대회 완주 거리인 21㎞ 중 15㎞ 지점에 도달했을 때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26)가 신호를 기다리던 여러 대의 차량을 추월하려다가 대회 주행 코스 주변에 경찰이 쳐놓은 안전선을 뚫고 야녜스를 향해 돌진했다고 전했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현장을 달아났으나 추격에 나선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야녜스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 도착 직후 숨졌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야녜스는 경제난으로 위기에 몰린 고향을 떠나 외국에서 훈련하며 마라토너의 꿈을 키워왔다. 그에게는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아들(13)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상금을 받아 아들에게 보내려고 더욱 혹독하게 훈련 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지에서 야녜스에게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했던 코스타리카 장애인올림픽대회 선수인 라우렌스 몰리나는 “야녜스는 가족과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돈이 필요했기에 우승을 갈망했다”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최소한 2등을 해 500달러(약 56만원)의 상금을 아들에게 보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