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정보를 주지 않아 장애인 패널조사 예산 5억원이 불용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복지기관 관계자는 24일 “장애인 실태조사와 관련, 내년에 정부안으로 8억원이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진행이 안되면 예산삭감이 될 우려가 높다”며 “복지부도 애초에 장애인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해 예산을 올리고 사업을 승인했으면서도 담당자가 바뀐 뒤 입장이 바뀌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는 1980년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열 번째 장애인실태조사가 예정되어 있는 해”라며 “장애인실태조사는 전국의 장애인 일상생활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유일하다. 이는 장애인 정책의 근거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하지만 장애인실태조사는 매번 다른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하므로 조사 당시 현황만 확인 가능할 뿐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의 변화를 살펴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장애인복지사업의 대상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포함해야 하는데, 장애인 실태조사는 대상을 장애인으로만 한정해 정책의 근거와 범위를 확장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단체는 “언급된 실태조사의 문제들은 동일한 장애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매년 장애인패널조사를 실시한다면 해결이 가능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고용노동부도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장애인고용패널조사와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복지패널(한국보건사회연구원),여성가족패널(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 다양한 복지사업에 패널조사가 도입돼 국가정책 계획에 기반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같은 성명에서 “일부 특정분야가 아닌 장애인 일상생활 전반의 파악을 위해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장애인 및 그 가족 5000가구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장애인패널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면서도 “이제라도 패널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어렵사리 시작된 패널조사가 좌초될 위기에 빠져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애인패널조사가 선행되기 위해서는 장애인등록정보가 필요한데도 장애인정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서 장애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조사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실태조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부처인데 패널조사사업은 승인해놓고 패널조사를 위한 자료는 제공이 어렵다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장애인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고용노동부 소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하는 장애인고용패널조사와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대해서는 이의 없이 장애인등록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7월 문재인정부에서 발표한 국정운영계획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종합지원체계 도입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어 정부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당사자의 서비스 욕구와 이용실태 및 만족도를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 설계가 가능한데도 공개된 장애등급제 개편의 내용을 보면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반에 대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의 계획은 전무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장애인패널조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보건복지부에서 말하는 종합지원체계 도입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2014년 실태조사 이후 2014년 5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2015년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 등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등 장애인복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패널조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장애인실태조사만으로 다양한 장애인의 복지 욕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라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마지막으로 “장애인실태조사에서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전반에 다각적 조사와 분석할 수 있는 장애인패널조사를 조속히 실시·활용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패널조사를 할 수 있도록 민감한 정보가 들어가 있는 장애인의 개인정보를 공개해도 되는지에 대해 행정안전부에 질의했다”며 “답변이 오는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국회와 기획예산처가 승인한 장애인 패널조사 예산 “싹뚝” 장애인단체 부글부글
입력 2017-10-24 19:23 수정 2017-10-25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