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관부 장관 측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위증 혐의에 대해 “선서를 하지 않았으므로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24일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항소심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항소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대로 밝히겠다는 내용의) 선서가 없이 하는 증언은 위증죄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합국감 당시 속기록을 보면 위원장은 ‘증언 효력이 지금까지 유지돼 별도로 선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대한체육회장은 처음 출석해 그 사람만 선서하겠다’고 했다”며 “조 전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선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의 증언 효력이 유지된다는 이유로 위원장이 선서를 생략시켰음에도 형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언론에 보도된 9473명의 블랙리스트 의미를 알았음에도 존재를 부인해 위증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해당 명단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라는 취지로 보고받았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로 볼 수 없다’고 답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2015년 10월 13일 국감에서 9473명의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실제 답변은 해당 리스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게 아니었다”며 “1심 재판부가 전체 맥락에서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의원들의 질문 취지는 ‘이렇게 많은 인원에 대한 지원배제가 과연 존재하느냐’였다”며 “당시 문체부 직원들의 반응과 인식도 9000명이 넘는 건 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많은 숫자였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국정감사 당시 문체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문제가 된 위증은 부임 한 달 만에 이뤄진 국감에서 나온 것”이라며 “당시 문체부의 주된 업무는 평창올림픽 대비 등이었다. 조 전 장관 부임 이후에는 지원배제와 관련된 명단 검토 업무가 종료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