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자원입대했다가 전사한 김창헌 일병(당시 27세)이 66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만삭의 몸으로 남편을 전쟁터에 보냈던 아내는 94세가 돼 있었다. 김 일병 입대 후 열흘 만에 태어난 딸은 66세가 돼서야 유해로 돌아온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4일 6·25전쟁 노전평 전투에서 전사한 김 일병의 부인 황용녀 할머니 자택을 방문해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가졌다. 감식단은 황 할머니에게 김 일병 인식표와 도장 등 유품,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국방부 장관 위로패, 유해 수습 때 관을 덮을 태극기를 전달했다.
황 할머니는 “남편은 입대하기 전 복중의 아이를 남자로 생각해 김인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전쟁터로 떠났다”며 눈물을 쏟았다. 노점상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운 황 할머니는 “남편이 소중히 지어준 아이 이름을 바꿀 수 없어 아들 이름을 그대로 (딸에게) 썼다”며 “이제라도 남편의 유해를 찾을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1944년 4월 결혼한 후 면사무소 직원으로 일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1년 1월 자원입대해 국군 8사단 10연대에 배치됐다. 그해 8월 강원도 인제군 서화리 일대에서 벌어진 노전평 전투에서 적의 총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김 일병 유해는 지난 7월 5일 서화리에서 유품과 함께 발견됐다. 감식단은 김 일병 딸이 2008년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유전자 시료 채취를 한 사실을 확인한 뒤 올해 7월 추가로 딸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김 일병과의 부녀 관계를 최종 확인했다. 6·25전쟁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기는 125번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