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골함 매장료 내놔”…아버지 유언 깬 7남매의 눈물

입력 2017-10-24 15:48
사진=픽사베이 자료

충남 부여군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장의차 통행료 사건’에 이어 부여군의 또 다른 마을에서 주민들이 장례를 방해하며 돈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유족을 막아선 주민들이 이번에는 ‘유골함 매장료’를 요구했다.

세계일보는 충남 부여군 임천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어머니 묘소 옆에 아버지의 유골함을 안치하기 위해 땅을 파던 유족에게 달려와 매장료를 내라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고 24일 단독보도했다.

유족과 마을 주민들의 악연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아버지를 잃은 7남매는 마을과 700여m 떨어진 고향 뒷산, 어머니 묘소 옆에 아버지를 안치하기로 했다. 막내 임모(44)씨는 장례 전날 마을로 찾아가 당시 마을청년회장인 정모(59)씨와 마을발전기금 명목의 통행료 협상을 해야 했다. 임씨는 “작은아버지와 함께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갖고 정씨 등 주민대표 2명을 만났다”며 “처음에는 무조건 ‘마을에 묘가 들어서면 안 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장부를 펴놓고 ‘보통 500, 300만원씩 다들 기부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임씨는 주민들과 300만원에 합의를 보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임씨는 장례식 당일 오전 정씨로부터 “어제 합의 본 300만원은 마을임원회의에서 부결됐다”며 “다른 사람들도 다 500만원씩 내니 5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씨를 포함한 유족은 가족회의를 거쳐 매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어버지를 화장해 유해를 공주나래원 봉안당에 모셨다. 생전 “나는 불구덩이에는 안 들어가련다”고 한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못한 7남매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8월 유족들은 아버지의 유골을 다시 고향 마을로 모셔왔다. 어머니 묘소 옆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있던 유족에게 정씨 등 마을주민 2명이 나타나 고성을 질렀다. 그들은 “지금 누구 허락받고 모시는 거냐” “유골함 다시 가져가라”며 유족을 가로막았다.

“절대 안 된다”며 싸늘히 말하던 주민들은 임씨를 장지 한쪽으로 불러 매장료 300만원을 넌지시 요구했다. 유족은 “1년 전 그렇게 사정을 해도 500만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모시지 못했는데, 이제 가족 몇 명이 유골함 묻는 묘소까지 찾아와 300만원을 요구하느냐”며 거절했다.

1시간 동안의 말싸움 끝에 임씨가 “지금은 드릴 돈이 없으니 통장계좌를 보내주면 다만 얼마라도 마을기부금을 보내겠다”고 말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정씨는 사흘 뒤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은 문자를 임씨에게 보냈다.

이후 고인의 손녀 최모(29)씨는 두 차례나 당한 참을 수 없는 일을 정리해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신문고와 충남도청 신문고에 진정서를 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