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 나향욱 ‘파면 취소’에 교육부 항소

입력 2017-10-24 14:27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이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공무원직에서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1심 재판부가 파면 취소 판결을 내리자 교육부가 불복하고 항소했다.

법원은 24일 교육부의 소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이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 나 전 기획관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 소송에서 “파면은 과하다”며 나 전 기획관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이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 사유가 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 지위에서 해서는 안 될 발언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며 “그 발언이 기사화돼 공무원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고 국민의 공분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이 그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녹음까지 하는 상황이었으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정정했어야 한다. 관련 기사가 가판 신문에 나온 것을 알고도 보도를 막지 못한 책임도 전혀 없지 않다”고 했다.

다만 “파면 처분은 교육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나 전 기획관 비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파면 처분은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라며 “나 전 기획관의 행위가 중과실로 평가될 수 있을지언정, 파면을 해야 할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 이 경우 징계 기준은 강등·정직·감봉”이라고 했다.

공무원 징계규정상 파면은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내리게 돼 있다. 다른 경우는 강등·정직·감봉 징계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당시 나 전 기획관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기자들과 논쟁했다”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진 않았지만 기사의 내용과 같은 취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나 전 기획관은 지난해 7월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기자들이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나 전 기획관은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

발언이 알려지자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나 전 기획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최고 수준 징계인 파면을 의결했다. 징계위는 당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점, 고위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크게 손상한 점 등을 고려해 가장 무거운 처분을 내린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나 전 기획관은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언론이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여론을 선동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한편 지난 6월 나 전 기획관이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며 최초 보도를 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이를 들은 기자들의 진술 외에 녹음 내용에서 보이는 서로 간의 대화 흐름, 나 전 기획관이 상대방 항의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 등을 볼 때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