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靑 간담회·만찬 불참…文대통령 노동계 끌어안기 ‘삐끗’

입력 2017-10-24 13:29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노동계와의 간담회 및 만찬에 민주노총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만남부터 파행을 겪으면서 향후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행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24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과의 간담회와 행사에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며 “민주노총을 존중하지 않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노·정 교섭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사정위원장을 배석시키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은 민주노총 조직 내부에서는 큰 논란이 있을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노정관계 복원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1부 간담회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의 진정성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주객을 전도해 1부 간담회보다 2부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만찬 행사를 앞세우는 행보로 사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2부 행사로 예정된 만찬을 소개하면서 메뉴로 추어탕과 콩나물밥, 전어, 복분자주 등을 준비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어탕은 서울에선 청계천을 중심으로 서민의 가을보양식으로 발전해왔다”며 “청계천은 전태일 열사가 치열하게 살았던 장소다. 노동계의 뿌리이며 정신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나물밥에 대해서도 전태일 열사가 즐겨먹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의 이런 태도가 노·정 간 대화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치중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는 문재인정부의 홍보사진에 동원되는 배경 소품이 아니다”며 “정부가 오늘 간담회를 추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세련된 이벤트가 아니라 우직한 진실성”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지도부를 배제한 채 일부 산별노조를 개별 접촉한 점도 문제삼았다.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만찬 행사에 일부 사업장을 개별 접촉해 만찬을 조직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양해가 있었던 것인 양 왜곡했다”며 “대화 상대인 민주노총을 존중하지 않고,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지난달 취임 후 협의를 거치지 않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면회를 다녀오거나 일부 산별조직을 만난 일에 대해서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은 문 위원장에 대해 “심각한 결례며 올바른 소통 행보가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는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확한 목표대로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그게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