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4분 골든타임 지켰다’…심장마비 학생 살린 교사와 친구들

입력 2017-10-24 13:19
사진=픽사베이 사진자료

부산의 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학생을 교사와 학생이 힘을 합쳐 살려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3일 오후 4시10분쯤 부산 해운대구 해강고 운동장에서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던 3학년 박모(18)군이 갑자기 쓰러졌다. 체육교사는 곧장 박군에게 달려가 의식을 확인했다. 박군은 의식을 잃은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교사는 박군이 심정지 상태라고 판단해 주위의 학생들에게 119 신고와 보건교사 호출을 지시했다. 그러고는 가슴 압박 등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학생들은 수업 중이던 보건교사에게 달려가 긴급 상황을 전했다. 운동장에 도착한 보건교사는 박군의 상태를 확인했다. 박군이 과거에도 쓰러진 적 있음을 기억하고 있던 교사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지러 건물로 뛰어갔다. 보건교사가 충격기를 가져오는 동안 현장에 있던 다른 체육교사가 인공호흡 및 가슴압박을 이어갔다. 1분 만에 돌아온 보건교사는 AED를 작동했고, 박군은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는 박군에게 자동심장충격기로 2차 제세동을 실시하자 혈압과 맥박, 호흡 등이 정상 상태로 회복됐다. 박군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심장 관련 시술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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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은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평소 학교에서 실시해 온 심폐소생술 교육과 응급대처 요령이 4분의 골든타임을 지켜내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심장마비 환자에게 4분은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심장이 멈춘 뒤 4분이 지나면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 그로 인해 급격히 뇌 손상이 진행되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될 수 있다. 

당시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을 실시했던 체육교사는 “오직 학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응급조치를 했다”며 “안전교육이 이렇게 소중하게 활용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보건교사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최초 목격자인 선생님이 매뉴얼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초기 대응을 한 덕에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부산 개성고에서도 교직원의 신속한 응급대처로 심정지 상태인 2학년 학생을 구했다. 교육청은 응급상황에 대비해 부산지역 대부분의 학교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보급해 두고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