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시절 국가정보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에 활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대영 KBS 당시 보도국장이 보도 협조를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받았으며 SBS 하금열 사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과 JTBC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위는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의혹에 대해 원 전 국정원장이 2009년 4월19일과 20일 내부 회의에서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원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한 간부는 4월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자 노 전 대통령의 수사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의견을 전달하면서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원 전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KBS 담당 요원은 KBS측에 2009년 5월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협조요청하면서 고대영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2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4월22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선물했다는 KBS보도로 시작됐다. SBS는 20여일 뒤인 5월15일 SBS가 노 전 대통령이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이를 보도했던 SBS 기자는 보도의 출처가 국정원이 아닌 검찰을 통해 취재했다고 국정원 개혁위에 진술했다. 당시 SBS사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하금열 대통령실 실장이다. 하 전 사장은 국정원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적도 보도국에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개혁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BS 보도국장의 현금 수수와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불보도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검찰에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국정원에 권고했다.
한국방송공사(KBS) 관련 반론보도문
국민일보는 지난 10월 23일자 시사면 <“언론에 흘려 망신줘라” 논두렁 시계 사건 배후는 MB 국정원> 제목의 기사에서 국정원 수사 개입설에 대한 보도 자제 협조를 요청하면서 2009년 국정원이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현금 200만원을 전달하였고, 이 같은 KBS 보도국장의 현금 수수와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불보도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검찰 수사의뢰가 필요하다는 국정원 개혁위의 권고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당시 KBS 보도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보도 협조 등을 명목으로 현금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불보도 행위를 한 바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