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97)을 ‘전쟁의 영웅’으로 그린 웹툰이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제목의 웹툰 30회를 지난해 5~9월 육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제목을 딴 이 웹툰은 당시 백선엽 장군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백 장군의 또 다른 회고록 ‘군과 나’의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웹툰 마지막회 제작 소회를 밝히면서 “사관생도를 포함한 젊은이들에게 6‧25 전쟁의 실상과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미국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값진 희생이 있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웹툰”이라며 “자료 제공과 고증을 통해 적극적으로 웹툰 제작을 지원해주신 한국전생의 살아있는 영웅 백선엽 장군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뺀 채 전쟁 영웅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 때 항일인사 토벌에 나선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복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백 장군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군 최초의 명예 원서(5성 장군)로 백 장군을 추대하는 방안이 추진됐다가 한국 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군 원로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었다. 친일파를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로 추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간도특설대는 항일 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 중심으로 조직해 1939년부터 본격적인 작전을 수행하였으며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존속한 800~900여 명 규모의 대대급 특수부대였다. 백 장군의 자서전에는 이 시가를 아예 다루지 않았으며 일본어로 출판한 자서전에만 간략하게 다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