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국정감사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관련 질의를 받고 “아무리 논란이 많아도 구속을 위해 수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지검장은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로부터 “우병우를 왜 그대로 두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윤 지검장이 2013년 10월 21일 국감에서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의 외압을 주장했던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시절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지검장이 사실상 촛불혁명을 일으킨 동기를 부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윤 지검장은 지난 4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왜 그때의 기개로 우병우를 척결하지 못하는가. 혹시 우병우에게 신세진 적이 있는가. 왜 우병우를 구속하지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2014년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추궁했을 때 국정원에서 절대 아니라고 비호했다. ‘만만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서울중앙지검에서 그 사람들(만만회)을 수사하지 않고 나만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만만회’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우리가 해도 거절했다. 그렇게 수사해서 지금…”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만만회’는 박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최순실씨 남편 정윤회씨를 말한다. 이름의 마지막 글자로 ‘만만회’라는 별칭이 붙었다. 박근혜정부의 비선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3인방’으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박 전 대표는 “추 전 국장과 ‘만만회’ 수사를 검찰에서 제대로 했으면 오늘의 국정농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도맡아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의지를 갖고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 대한 ‘비선 보고’를 감추기 위해 노트북을 폐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최순실·우병우·국정원의 ‘삼각 커넥션’도 드러났지 않았는가. 태블릿PC는 누구의 것인가. 최순실씨의 것이 아닌가.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4년 전 그 기개로 얘기해야 한다”며 “(4년 전 국감에서) 직속상관인 서울중앙지검장 앞에서 ‘수사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던) 기개가 어디로 갔는가. 우병우는 왜 그대로 두는가.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윤 지검장에게 따져 물었다.
윤 지검장은 여기서 “아무리 논란이 많다 해도 우병우라는 사람을 구속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다양한 첩보를 갖고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문제가 있는 사람은 결국 드러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윤 지검장 특유의 원칙주의와 강직한 성품이 묻어난 답변 속에 묻어났다.
윤 지검장은 추 전 국장 구속영장에 우 전 수석 ‘비선 보고’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은 아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