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입대 사흘 전 쓰러진 청년, 5명에게 새 생명을

입력 2017-10-23 15:20
한남대학교 제공

지난 21일 한남대학교에서 한 청년을 위한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조형예술학부 융합디자인전공 2학년 유한솔(21)씨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자리였습니다.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유족과 함께 작업실, 강의실을 들러 유씨를 추억했습니다.

유씨는 지난 14일 갑작스러운 뇌혈관 장애로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군 입대를 고작 사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뇌사 판정을 내렸습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했다던 유씨. 스물한 살의 생은 너무 짧았습니다.

유씨의 부모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슬픔 속에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평소 남을 위해 봉사하고 착한 삶을 살려고 애썼던 외동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거죠. ‘청년 유한솔’을 작은 항아리에 담아 두기엔 살지 못한 나머지 인생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쓰러진 지 닷새가 된 지난 19일, 유씨는 이름도 모르는 환자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습니다. 이후 아버지 유차현씨는 아들이 사랑했던 학교를 마지막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한남대 측에 요청했습니다. 유차현씨 역시 한남대 디자인과를 졸업한 동문입니다. 학교 측은 적극 협조했고, 유씨의 뜻깊은 삶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아버지 유차현씨는 “어린 나이의 아들을 그냥 보내주기가 너무 아쉬워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며 “한솔이의 장기가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생각에 안도를 느낀다. 그분들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