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3일 비공개 내용까지 포함된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한다는 공약 이행 차원이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겨냥해 대선 당시 대통령 일정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공식업무 가운데 특수성을 고려해 비공개했던 일정들도 공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 일정은 경호 문제 때문에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구체적 내용까지 상세하게 공개되지는 않는다. 공개 방식도 실시간이 아니라 매주 월요일마다 지난주 일정을 공개한다. 청와대는 “개시일인 23일에는 10월 1~3주 기간의 공식업무 중 비공개 일정을 공개했다”며 “대통령 일정 공개의 구체적 방침이 확립되기 전인 지난 9월까지 비공개 일정은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을 토대로 지난주 문 대통령의 동선을 짚어봤다.
◇15일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문 대통령은 일요일인 지난 15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해 부침을 겪었던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영화제를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겠다”며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16일 비서실 업무현안보고…朴 ‘재판 보이콧’ 때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를 접견했다. 오후 2시에는 예전대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오전 9시16분 통상적인 일일현안보고 외에 오전 11시9분과 11시40분 문 대통령에게 별도의 업무현안보고를 했다. 공개된 일정에는 회의 명칭만 나와있을 뿐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구속기간 연장과 관련해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7일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참석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참석에 앞서 비서실로부터 두 차례 일일현안보고를 받았다. 오후에는 앤드류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을 접견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18일 헌법재판관 지명·일자리위 참석…비서실·내각 총출동
문 대통령은 18일 두 가지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었다. 신임 헌법재판관에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고,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 참석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1시간 단위로 청와대 비서실과 정책실 업무현안보고, 현안 관련 내각 보고를 각각 받았다. 이는 유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틀 전인 지난 16일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8일은 별도 성명을 통해 “헌재소장과 재판관 공석 사태 장기화로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내년 9월까지 헌재소장을 지명하지 않고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에 반기를 들자 청와대는 긴급 논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도 참석해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혁신 창업과 사회적경제 육성을 강조했다.
◇ 19일 현안 관련 ‘위원회’ 보고
19일 문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오후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접견하는 거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을 보면 현안 관련 ‘위원회’ 보고를 받은 점이 눈에 띈다.
이는 20일 발표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 가운데 문 대통령이 현안 관련 위원회 보고를 받은 것은 19일이 유일하다.
◇ 20일 경찰의 날 기념식 및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문 대통령은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후 5시30분 충북 충주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