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항공서 ‘빈대 소동’…9시간 동안 속수무책

입력 2017-10-23 11:03

기내에서 승객이 빈대에 물렸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영국항공이 뒤늦게 사과했다.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19일(현지시간) 캐나다인 헤더 스질라기, 그의 약혼자 에릭 넬슨, 7살 딸 몰리가 이달 초 캐나다 벤쿠버에서 출발해 슬로바키아로 가는 영국항공 비행기 안에서 빈대에 물렸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비행기를 탔던 스질라기는 여객기 앞 좌석과 TV 모니터 뒤에서 빈대가 기어 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빈대를 잡고 싶었지만 너무 빨랐고, 바로 모니터 뒤로 숨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승무원에게 알렸으나 승무원은 여객기가 만석이라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계속 빈대에 물렸지만 9시간을 버텨야 했다”고 전했다.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그는 “나와 내 딸은 벌레에 잘 물린다. 몰리는 온 다리에 상처가 났고 나는 아직까지 감염된 상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서도 이 사실을 알리며 빈대에 물린 딸의 종아리 사진을 게재했다. 스질라기는 “우리는 환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다른 항공기 탑승 보장과 빈대가 들끓는 항공기 관리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영국항공은 스질라기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항공사는 이들의 돌아오는 항공편 좌석을 비즈니크 클래스로 승급했다. 영국항공 대변인은 “승객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를 했다”며 “영국항공은 매년 28만편 이상의 항공편을 운행하며 기내에 빈대가 있다는 보고는 극히 드문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항공기를 감시하겠다”며 사과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