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3)은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선데이리뷰 인터뷰에서 방북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을 전격 방문해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튼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방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북·미 간 대화가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전쟁을 연상시키는 격한 발언으로 설전을 벌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 “나 역시 상황이 두렵다”며 “그들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제 한반도와 일본, 태평양에 떨어져 있는 우리 영토, 어쩌면 미 본토까지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된 핵무기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양쪽 모두에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보다 더 신경과민 상태이고 예측이 어려워 훨씬 불안하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중국역할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북한에 대해, 특히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몹시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그들은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실제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역할을 담당할지는 미지수다. 카터 전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카터의 방북이 완전히 막혔다고 보기도 어렵다. 카터 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필요하다면 나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밝히며 문을 열어뒀다. 뉴욕타임스는 카터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적 호의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의 대담성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면서 “대담한 이번 (방북)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받아들일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오곤 했다. 그는 “언론이 앞선 대통령들 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가혹하다”고 말했고,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기’를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하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선수들에 대해서는 “국가 연주 때 모든 선수가 일어서기를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게이트’에 대해선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한 것은 명백해보인다”면서도 “실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