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제왕’ 아베, 중의원 선거서 압승…日 ‘전쟁 가능 국가’ 되나

입력 2017-10-22 22:59

2012년 총선, 2014년 총선, 2016년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면서 ‘선거의 제왕’으로 불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도 압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아베 총리의 숙원인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작업에 탄력이 붙고, 3연임 도전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이번 총선에서 각각 253~300석, 27~36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 당의 예상 의석을 합치면 총 456석 가운데 280~336석으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인 310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310석은 중의원 내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장은 물론 위원의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절대다수의석 261석을 넘어선 것으로, 이 경우 아베 총리의 정국 장악력은 더욱 공고화된다.

연립여당은 기존에도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단행한 것은 여론 악화로 기존 개헌 세력이 내년 중의원 임기 만료까지 개헌안 발의를 이뤄내기 힘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헌 세력이 꾸려지면 참의원 임기 만료(2019년)까지 시간을 1년 더 번다. 이 사이 아베 총리는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려 그가 정치적 사명으로 제시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야욕을 달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가 창당하며 주목을 받았던 ‘희망의당’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NHK 출구조사에서 희망의당은 38~5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제1야당인 민진당 출신의 진보·개혁파 의원들이 창당한 입헌민주당은 44~6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돼 예상보다 크게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공산당은 8~14석, 일본유신회는 7~18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원인은 아베 총리의 개인적 인기나 정부 정책에 대한 강력한지지보다는 야권의 분열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7월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기록적인 참패를 안겼던 고이케 지사가 희망의당을 만들어 선거판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선거가 ‘아배 대 고이케’의 팽팽한 대결로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 본인이 직접 총리 후보로 나서지 않은 점과 기존 제1야당 민진당 내 진보파를 흡수하지 않은 것이 패착으로 지적된다. 야권은 고이케 지사가 민진당 의원에 대한 선별공천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해 아베 총리에게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주게 됐다. 대다수 선거구에서 정권 비판 세력이 분산되면서 당초 자민당 내에서도 어렵다고 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곳이 적지 않다.

한편 입헌민주당 창당을 이끈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짧은 선거 기간에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향후 정국에서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