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해로 무산…빈 소녀상 터에 앉은 위안부 할머니

입력 2017-10-22 17:47
사진=미디어몽구 트위터

일본 정부의 방해로 소녀상 설치가 무산되자, 휠체어를 타고 비어있는 소녀상 터에 앉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모습이 공개됐다.

최근 1인 미디어 ‘미디어 몽구’는 트위터에 짧은 글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사진을 공개했다. 미디어 몽구는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 소녀상이 건립돼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었는데 일본 정부 방해로 돌연 무산됐다”며 “그 터에 길원옥 할머니께서 앉아 있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썼다. 이어 “손바닥만한 크기의 소녀상만 놓고 돌아왔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미디어몽구 트위터

사진에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예정됐던 미국 메릴랜드주 솔즈베리 대학교 공터에 길원옥 할머니가 앉아 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소녀상이 들어서기로 돼있던 네모난 시멘트 바닥 위에 있다.

지난 19일 길원옥 할머니가 찾은 이 장소는 평화의 소녀상이 놓이기로 한 장소다. 지난해 말 워싱턴DC에서 제막행사를 한 소녀상은 이날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 중이던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는 지난달 말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다. 건립추진위는 일본 측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길원옥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역사라는 것은 자기네들이 지우고 싶다고 지워지고, 무조건 세우고 싶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제막행사에도 참석했던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이) 힘을 들여 없애려고 애쓸 게 아니라 (소녀상이) 빨리 세워져서 역사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일본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게 아니로구나’ 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평양 출신으로 젊은 시절 가수를 꿈꿨다. 지난 8월 애창곡 15곡을 담은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발표해 뒤늦게 꿈을 이뤘다. 지난 14일 미국으로 향한 길원옥 할머니는 평화 콘서트 및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어폴로지’ 상영회 참석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19일 솔즈베리 대학에서 소녀상 건립 허용을 촉구하고 강연을 통해 피해자 증언을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