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되찾자” 대통령의 약속… 희망을 말하다 [22회 BIFF결산]

입력 2017-10-22 13:05
문재인 대통령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15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방문해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함께 야외상영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2~21일 진행된 올해 부산영화제는 월드 프리미어 99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1편을 포함한 전 세계 76개국 300편을 상영했다.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보다 한층 활기가 감돌았다. 여전히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3개 단체 보이콧이 진행됐으나, 참석 여부를 각자 재량에 맡기기로 하면서 숨통이 틔었다.

올해 영화제를 찾은 총 관객 수는 19만299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총 게스트 수는 5232명으로, 국내외 영화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시아필름마켓 참가자도 전년 대비 14% 늘어났다.

신성일 안성기 이병헌 장동건 문소리 손예진 조진웅 이제훈 박해일 고수 박희순 김해숙 김래원 권해효 공효진 엄지원 박성웅 조성하 안재홍 등이 영화제를 찾았다. 배우 아오이 유우, 나카야마 미호, 장 피에르 레오 등과 감독 올리버 스톤, 대런 아로노프스키, 오우삼, 지아 장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해외 영화인들도 힘을 실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스타들. 뉴시스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부문에서는 한국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와 이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의 ‘폐색’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고(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해 신설된 지석상은 태국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마릴라: 이별의 꽃’, 일본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금구모궐’에 돌아갔다.

비프 메세나상은 한국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 일본 하라 카즈오 감독의 ‘센난 석명 피해 배상소송’이, 선재상은 한국 곽은미 감독의 ‘대자보’, 인도네시아 시눙 위나요코 감독의 ‘마돈나’가 차지했다. 올해의 배우상은 ‘밤치기’의 박종환,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이 받았다. 비전 감독상은 ‘이월’의 김중현 감독과 ‘밤치기’의 정가영 감독이, CGV아트하우스상은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영화제 기간 내내 고(故) 김지석 프로그래머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영화 상영 때마다 ‘In Loving Memory of KIM Jiseok(김지석을 추모하며)’라는 오프닝 자막이 삽입됐다. 지난 15일 진행된 ‘김지석의 밤’ 행사에서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이 직접 고인의 아내에게 보관문화훈장을 전달했다. 고인이 생전 추진해온 아시아독립영화인 네트워크 지원 프로젝트 ‘플랫폼부산’도 올해 성공리에 론칭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서병수 부산시장의 개막식 참석은 옥에 티였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에서 비롯된 영화제 갈등의 주역이었던 그가 아무런 사과 없이 공식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영화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제’의 민병훈 감독과 ‘메소드’의 방은진 감독은 피켓 시위를 통해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영화제의 최대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이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영화제가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더 권위 있는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와 부산시가 힘껏 지원하겠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폐막식을 끝으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를 떠났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부산영화제를 키워주신 건 관객”이라며 “어떠한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이 닥쳐도 영화제의 주인은 관객이다. 아름다운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그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주인인 영화제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