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개헌 추진 등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푸는 해법으로 일본의 아키히토( 明仁·사진) 일왕 방한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치권에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인사들은 민주당의 강창일 의원, 원혜영 의원 등 주로 여당의 일본통 의원들이다. 일본의 일부 야당 의원이 행사 참석을 명분으로 최근 방한해 여당 의원들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아키히토 일왕 방한을 희망하는 한국 측의 의사를 일본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왕은 메이지 시대 '육해군'을 통수하는 절대권력에서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그 위상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일왕의 방한이 성사되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양국 정치권이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1년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과거사 사죄 순방을 한 바 있다. 또 1992년 10월 23일엔 일본 역대 천황 중 사상 최초로 중국을 공식 방문해 "중국 국민에게 심대한 고난을 준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면서 중일전쟁 등 과거사를 사죄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이 이르면 내년 말 퇴위할 예정이어서 방한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그는 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예정이다. 하지만 일왕이 지난달 20일 오후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高麗)신사를 역대 일왕 가운데 최초로 방문했다는 데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고마신사는 1300여년전 고구려에서 건너온 약광(若光)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사찰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