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말다툼 뒤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52)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9시 51분쯤 전남 한 지역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자신의 딸과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아내는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씨는 아내와 말다툼을 벌인 뒤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7ℓ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거실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자 A씨의 아내가 흥분해 주방에서 가스라이터를 들고나와 켜려고 했으며, A씨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 불상의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A씨는 당시 점화행위를 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겁을 주려고 했을 뿐 방화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1심은 "아내가 라이터를 들고나와 켜려고 했다는 등의 주장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A씨가 사건 당시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점화행위를 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재 당시 A씨가 맨발에 속옷 차림으로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실제 집 안에 불을 지르겠다는 생각보다 아내에게 겁을 주려는 등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를 사 들고 들어온 것을 안 아내와의 사이에 상당 시간 말다툼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화재 발생 직후 다리 등에 화상을 입은 채 집 밖으로 탈출했으며, 화재 직후에는 아내를 비난하는 욕설을 하거나 화재 발생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문 안팎을 드나들면서 창문을 통해 탈출한 아내를 부축해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집 안에 있는 딸을 소리쳐 부르거나 수도 호스로 불을 끄려 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1심은 "이 같은 A씨의 행동은 가족들인 피해자들이 있는 집 안에 다량의 휘발유를 뿌려 집을 불태울 의도가 있었던 사람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으로 예기치 못한 큰불이 일어난 것에 대한 충격과 당황에 휩싸인 행동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밝혔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불을 붙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평소 성품과 행실 그리고 화재 당일 행동·아내와 다투게 된 계기 및 정도를 봤을 때 아내와 발생한 불화 때문에 아내에게 겁을 주기 위한 의도를 넘어서 과연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거나 이를 용인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