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54)는 올 초부터 강남역에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이 끝나는 시간인 밤 열 시는 강남역이 최고로 붐비는 시간대 중 하나. A씨는 ‘따릉이’가 혼잡한 강남역을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한다.
“퇴근시간대가 겹치니까 버스든, 지하철이든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이 없어요. 근데 자전거는 어디든 막히지 않고 갈 수 있죠.”
서울자전거 ‘따릉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이다. 서울시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됐다. 한 시간에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지하철역 입구나 회사 앞 등 접근성 좋은 위치, 간편한 결제방법 등으로 2015년 정식 운영하기 시작한 이래 출퇴근 시간에는 ‘없어서 못 타는’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15년 말 3만4162명이었던 따릉이 회원가입자는 2년이 채 안 된 지난 8월 7배 가까이 늘어 23만 1259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서울특별시는 따릉이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중이다. 2015년 4억5000만원, 지난해 42억1900만원이었던 따릉이 운영비는 올해 99억500만원까지 예산이 편성됐고, 지난 8월 기준으로 1만1600대였던 따릉이 자전거는 연말까지 2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따릉이의 운영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따릉이의 이용권 판매 수익은 2015년 7700만원, 지난해 10억300만원으로 운영비에 비해 턱없이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 의원은 “따릉이 이용이 늘어날수록 서울시가 부담하는 운영비가 커지고, 이는 결국 시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릉이의 1대당 재정부담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며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 운영 비용을 낮추고, 광고 유치 등으로 수입을 늘려 서울시의 재정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릉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학생 B(23)씨는 “따릉이 자체만 보면 적자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서울시 교통이 원활해지고 탄소 배출이 줄어들면 사회적으로 흑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C(24)씨는 “학생이라 교통비도 부담이 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시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좋고, 제자리에 갖다 둬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네티즌들 역시 따릉이에 대해 “따릉이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흑자” “공공사업의 가치평가를 회사 손익분기 매기듯 하면 안 된다” “일 끝나고 힘든 날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달리면 피로가 회복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직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자전거 전용도로 등의 기본 인프라 확충은 물론 여러 변수에 따른 실수요 변화도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잘 반영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