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극한직업’이다. 많게는 10년 이상의 연습생 기간을 마치고 데뷔해도 성공은커녕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데뷔한 아이돌그룹 중 연평균 3분의 1가량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래도 어린이‧청소년 장래희망 설문조사에서 연예인이 빠진 적은 21세기 들어서 없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부동의 1위다. 2014년 민간 교육업체의 장래희망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38%의 응답자가 연예인을 지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조사에서 잠재적 연예인 지망생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노래와 춤 실력이 웬만해선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몇 가지 ‘특기’를 가미한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른바 ‘개인기’로 불리는 요소다. 화장과 의상으로 화려하게 가꾸고 출연한 방송에서 빨리 먹고, 많이 먹고, 팔과 다리를 기괴하게 구부리고, 100m를 10초대로 주파하고, 머리로 기왓장을 격파한다. 그렇게 대중에 각인해 앨범을 홍보하거나 영화와 방송 드라마로 진출한다. 아이돌에게 ‘특기’는 어느 순간부터 필수요소가 됐다.
우리나라보다 더 큰 아이돌 시장을 보유한 일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미 20세기 중후반부터 아이돌 시장을 육성한 일본의 경우 더 과감한 특기를 앞세운 스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걸그룹 노기자카46의 ‘괴력돌’ 키타노 히나코(21)가 있다.
노기자카46은 일본의 대표적인 걸그룹 AKB48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유명 걸그룹이다. 키타노는 17세였던 2013년 이 그룹의 2기생으로 데뷔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그룹 안에서 맡은 콘셉트는 노래도, 춤도, 미모도 아닌 힘이다. 2015년 8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키타노가 맨손으로 프라이팬을 접은 ‘차력’은 전설에 가까운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키타노는 노기자카46 2기생 중 가장 인지도가 높지만 무명생활은 길었다. 힘을 특기로 삼을 정도로 분투하고 있지만, 팀 내에서마저 방송 출연 기회를 경쟁할 만큼 아이돌 시장은 녹록하지 않다. 노기자카46은 1기생이 방송 출연 기회를 대부분 독식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여름 3기생 오디션을 실시했다. 키타노를 포함한 2기생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