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급해서” SRT 기장, 승객 안내려주고 출발

입력 2017-10-20 13:28

울산역에서 발생한 수서고속철 SRT의 열차 승강문 미개방 사고는 기장이 화장실에 가느라 문을 열지 않고 운전석을 떠나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오후 1시 2분 울산역에 정차한 SRT 열차가 승강장에 잠시 멈췄다가 문을 열지 않은 채 그대로 출발했다. 승객 110명이 울산역에 내리지 못하고 부산까지 갔고 승차 예정이던 15명도 열차를 이용하지 못했다.

19일 SRT 운영사인 SR은 자체조사를 통해 전날 울산역에 도착한 SRT 327호 열차의 기장은 울산역 도착 직후 소변이 급해 승강문을 개방하지 않고 운전실을 나갔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그는 문이 닫힌 것을 보고 승객이 모두 타고 내린 줄 착각해 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객실장 역시 승강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수동으로 문을 여는 등 대응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SR 매뉴얼에 따르면 열차 정차 후 기장이 출입문을 개방해야 하고, 객실장은 승객의 승하차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기장에게 출발신호를 줘야 한다.

SR은 “이번 사고는 승강문 취급 절차를 기장과 객실장이 준수하지 않아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매뉴얼을 보완하고 직원 대상 특별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SR은 앞으로 열차 출발 전 신호상태를 무선통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정차 후 10초 이내에 승강문이 열리지 않으면 수동으로 개방하도록 매뉴얼을 바꿨다. 정차역 진입시 기장과 객실장 간 상호 무선교신도 의무화했다.

또한 돌발상황으로 기장이 운전실을 비울 경우 반드시 무전기를 휴대하도록 했다. 아울러 운전실에서도 생리현장을 해결할 수 있도록 휴대용 용변기 비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