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찰의 새로운 출발을 당부하며 세 가지 주문을 했다. 경찰 인력 증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과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속도를 내겠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언급했다. 그는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도 준비한다. 문 대통령은 “지역마다 다른 다양한 치안 서비스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12년째 시행 중인 제주자치경찰 사례를 거울 삼자고 말했다.
경찰의 새 출발을 당부하며 꺼낸 세 가지 주문은 ①과거 잘못과의 결별 ②평화시위 정착 ③테러 대응력 강화였다.
문 대통령은 “환골탈태의 노력을 통해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스스로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의미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면서 과거 잘못과의 결별을 당부했다. 특히 위법한 경찰력 행사와 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집회와 시위의 대응에 과다한 경찰력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며 평화적 시위 문화 정착을 주문했다. 어린이,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의 추진에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테러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대한민국 경찰이 선수단과 방문객의 안전을 완벽하게 지켜내야 한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입증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만 요구하지 않겠다”며 경찰 인력 2만명 증원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합당한 대우, 순직·공상자 예우와 지원도 약속했다.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허용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 촛불집회 공간서 열린 경찰 '생일파티'
경찰은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지난겨울 촛불집회가 이어졌던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했다. 집회·시위의 통제 역할을 담당하는 경찰이 ‘생일파티’ 장소로 대형 집회 현장을 택한 것이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 날 기념식 행사를 가진 것과 관련해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기가 뜨거웠던 소통의 공간이며, 평화로운 집회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밤을 지새운 경찰관과 의경들의 땀방울이 맺혀 있는 자유와 평화의 광장”이라면서 “이 곳에서 개최한 기념식은 더욱 뜻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날 기념식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진행됐다. 개식선언, 국민의례, 경찰청장 인사말, 홍보영상물 상영, 유공자 포상, 명예경찰 위촉, 대통령 치사, 축하공연, 경찰가 제창이 이어졌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모든 경찰 활동을 국민 중심으로 변화시켜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 “100여일 앞으로 다가 온 평창동계올림픽에 완벽히 대비해 안전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기념식에서는 경북지방경찰청 제2부장 이원백 경무관이 홍조근정훈장, 대전 대덕경찰서 경무과장 황인태 경정이 근정포장, 경남지방경찰청이 대통령단체표창을 수상했다. 1485명이 정부 포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근 영화 ‘범죄도시’에서 강력반 형사로 출연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마동석과, 경찰가족인 배우 이하늬가 명예경찰로 위촉됐다. 축하공연에서는 70~80년대 방영된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의 테마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경찰교향악단, 서울지방경찰청 악대, 경찰국악대가 협연했다. ‘수사반장’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최불암씨가 무대에 깜짝 등장해 축하인사를 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