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함에 따라 공론화 기간에 중단했던 공사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토대로 정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건설 재개 결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 신고리 5·6호기 다음달 공사 재개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의 건설 재개 결정을 통보받는 대로 공사현장 준비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으로 공사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이날 권고안에 대해 “정부로부터 관련 공문이 접수되면 협력사에 공사 재개 상황을 알리고 일시 중단에 따라 연장된 건설공기 관련 계약변경과 관련 절차에 따른 건설을 안전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일단 국무회의 결정 이후라도 건설 재개를 허용하는 정부 공문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14일 한수원 이사회의 일시중단 의결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일시중단 협조 요청 공문을 받은 뒤에 이뤄졌다.
공문 접수 후 한수원은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현장 점검과 준비 등 필요 절차를 마치는 대로 건설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공론화 기간에 부식이나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현장을 보존해온 만큼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3개월 공론화에 공사비 1000억 추가
이번 결정은 찬반이 첨예한 사안을 시민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론화 기간인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일시중단으로 발생한 협력사 손실보상 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재와 장비 보관 등 현장 유지관리비용, 공사 지연 이자, 사업 관리를 위한 필수인력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이미 협력사 손실보상 비용을 총사업비 중 예비비(2782억원)에서 처리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한 상태다. 한수원은 앞으로 정확한 비용 산정 작업과 함께 계약 조건에 따라 피해 보상에 나설 방침이다.
신고리 5·6호기 총 사업비는 약 8조6000억원으로 일시중단 전까지 약 1조6000억원이 집행됐다. 한수원은 2022년 10월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공론화 기간인 3개월만큼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 나머지 원전은 어떻게…
신고리 5·6호기와 관련한 공론 조사 결과는 건설 재개 59.5%로 건설 중단 40.5%를 크게 앞섰지만 원자력 발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이었다. 구체적으로 원자력 발전 축소를 지지하는 의견은 53.2%로 원자력 발전 유지(35.5%)나 확대(9.7%)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재개된다 해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는 이미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 등을 통해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언급한 신규 원전 6기 중에는 신고리 5·6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와 함께 건설 장소와 이름이 미정인 2곳이 백지화 대상이다.
영덕에 건설 예정이던 천지 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은 지난 6월 중단됐다. 각각 2026년, 2027년 완공 예정이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과 8월 이미 매입 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전체 부지의 18%를 사들였다.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땅 매입이 중단된 상태다.
경북 울진군에 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5월 설계 용역이 취소됐고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다른 2곳도 사업 준비 작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건설 계획이 무산됐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