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분의 짧은 시간을 두고 생과 사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심정지 환자들입니다. 심장 박동이 갑자기 멈춰서 쓰러지는 경우 무엇보다 빠른 대응이 가장 중요 합니다. 대응 시간에 따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챔버오케스트라 협연 중 심정지로 쓰러진 피아니스트를 공연을 보고 있던 의사와 간호사가 무대 로 뛰어 올라와 심폐소생술로 살린 훈훈한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19일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 등에 따르면 이날 인터미션(휴식시간) 전 피아노 연주자였던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는 마지막 곡인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앙코르 연주를 마쳤습니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지자 김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순간, 김 교수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박수를 치던 관객들은 당황했고 놀란 단원 중 일부가 김 교수에게 달려갔습니다. 공연장 직원과 기획사 관계자도 뛰어왔지만 섣불리 손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때 객석에 있던 한 남성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습니다. 공연을 보고 있던 내과 전문의 출신 김진용씨였습니다. 김씨는 주변에 “119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이어 예술의전당 직원에게 “입구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다 달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무대 위에서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3분이 지나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5분 넘게 산소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뇌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객석에서 또 다른 2명이 달려왔습니다. 외과 전문의 허창호씨와 간호사라고 밝힌 한 여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김씨를 도와 번갈아 가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곧이어 예술의전당 직원들이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왔습니다. 김씨가 3분 간격으로 두 차례 작동시키자 김 교수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의식도 되찾았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김 교수는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김씨와 허씨는 “아직 안심하면 안 된다”며 구급차에 함께 동승해 계속 상태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교수는 상태가 호전돼 회복 중입니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에 “혼자 있을 때 심장이 멎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면서 “나를 살려준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를 도왔던 김씨와 허씨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심폐소생술)교육을 받으면 우리처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심장이 정지되는 응급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장 마비가 온 순간 신속하고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 확률이 10배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심장마비 환자가 쓰러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경우 40%, 하지만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단 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하는데요.
의사가 아니어도 응급처치 기관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확실히 배워둔다면, 어쩌면 당신도 ‘선한 사마리안’이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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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