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심으로!’ 제37회 신촌포럼 개혁 통한 한국교회 지향점 제시

입력 2017-10-19 16:22
이말테(루터대) 교수가 19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진행된 제37회 신촌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출산, 왜 아기를 낳지 않으려 하는가.’ ‘우리의 폭력문화, 어찌할꼬.’ ‘너무 세속적이지요? 교회가.’ ‘주 5일 근무: 목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 등 때론 파격적인 주제로 우리 사회의 시대적 변화를 들여다보고 교회의 접점과 역할을 모색해왔던 신촌포럼이 이번엔 ‘종교개혁’을 짚었다. 19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신촌성결교회(박노훈 목사)에서 진행된 제37회 신촌포럼의 주제는 ‘다시 초심으로(Ad Fontes)'였다. 발제에 나선 이말테(루터대) 교수와 민경배(백석대) 석좌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 교회의 모습을 번갈아 조명하며 한국교회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말테(루터대) 교수 발제 모습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외국어 ‘리포매이션(Reformation)’을 ‘종교개혁’이라고 번역한 것은 잘못”이라며 “종교개혁을 교회개혁으로만 축소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개혁자들이 역사적으로 교육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분야에 미쳤던 영향력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수도자와 부자들의 자녀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종교개혁 시대에 루터가 설립을 제안했던 일반인들을 위한 대중 라틴어학교가 독일 수준별 학교 시스템의 바탕이 됐다”며 “루터의 제안으로 시작된 교육 열정이 개신교회의 특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츠빙글리 때도 교회음악에 있어서는 천주교회의 전통에 따라 찬송과 음악을 예배 때 금지시켰고 칼뱅도 악기 사용을 금지시킨 채 성경 구절을 단순한 멜로디로 부르는 것만 허락했다”면서 “루터가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에서 찬송을 부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개인의 존엄성 회복과 민주주의 확립에 대한 관점에서도 이야기를 풀었다. 이 교수는 “과거엔 ‘희생제사’로 해석됐던 성찬이 매일 짓는 죄를 사함 받기 위해 필요했기 때문에 사제들의 권위의 바탕이 되고 일반 신자는 사제 없인 천국에 갈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루터가 칭의론과 만인제사직을 통해 교인들에게 초기교회와 고대교회에 존재했던 존엄성을 회복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사적으로 계몽주의가 민주주의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각 개인의 책임과 존엄성을 강조하는 종교개혁의 신학사상 없이 계몽주의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대(백석대) 석좌교수가 '현대 교회를 위한 종교개혁의 의미와 의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민경배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는 역사적인 것과 계시적인 것을 기념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독교와 교회가 항상 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우리에게 ‘종교개혁적’인 개혁은 어떤 것인가를 돌아보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했다.
제3자가 아닌 ‘나와 우리’의 신앙이 곧 종교개혁이 향하는 꼭짓점임도 강조됐다. 민 교수는 “미사는 성직자의 성찬 행위를 멀리서 방관한 형식”이라며 “종교개혁의 공적은 방관자의 신앙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참여해 생생한 경험을 하는 신앙의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와 교회를 향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민 교수는 “북핵문제, 이념적 갈등, 적폐 청산, ‘갑질’로 인한 사회적 비용 문제 등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갈등구조의 양편이 모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거대 권위가 정립되지 않고선 실로 암담한 현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합기관조차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수백개의 교단이 분열을 거듭하며 교회에서 명예와 권세, 돈이 목전의 야망으로 남아 있는 한 한국교회 역시 미래가 없다”며 “‘그리스도의 왕권’이라는 모두가 경외할 수 있는 거대 권위를 세우기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