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회동해 통합 관련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양당 지도부는 당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양당 통합 논의가 본 궤도에 오를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 당 대 당 통합까지 이뤄지기엔 변수가 많다. 양당 지도부 기류와 달리 내부에서는 ‘중도 통합론’에 대한 반발이 크다. 국민의당에서는 호남 중진 등 ‘비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비토가 강하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에 우선순위를 두는 통합파가 탈당 결행 시점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국민의당까지 러브콜을 보내면서 정계개편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통합 논의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지난 1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칠 경우 20%에 육박하는 정당 지지율을 기록할 것이란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 보도로 알려진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에 대한, 제3의 길에 대한 국민 기대가 굉장히 높다. 이제는 다당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며 통합론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를 가정한 정당지지율은 19.7%로 더불어민주당(46.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바른정당에서도 자강파를 중심으로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에 손을 내밀고 있다. 자강파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에서도 개혁보수라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특정 지역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하면 통합 논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당장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한국당과의 통합에 무게를 둔 바른정당 통합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당 출당과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는 판단 하에 탈당 결행 시점을 국정감사 이후로 미룬 상태였다. 반면 자강파는 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 움직임,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 있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일단 당내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 당 통합에 관해 국민의당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뜻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최고위에 공식 요구하고 구체적 제안이 오는 것에 따라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정체성’을 우려하는 호남 중진들과 다당제를 주장하는 안 대표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호남 중진들이 민주당과의 연정을 염두에 둔 반면 안 대표는 관심이 없다. 안 대표는 최근 민주당에서 연정을 제안하자 “장난질 멈추라”고 일갈했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당 싱크탱크의 여론조사를 기폭제로 통합 논의를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당과의 연정을 염두에 둔 호남 중진을 견제하면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당 원로들은 안 대표의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YTN라디오에서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대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여론조사”라며 “안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상임고문은 그러면서 “호남 민심은 바른정당보다는 민주당과의 연대·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끌고 가는 것은 사당이나 독재적 발상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