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출판계 블랙리스트’ 추가 의혹…출판진흥원 “본 적 없다”

입력 2017-10-19 15:21
사진=뉴시스

박근혜정부에서 진보 성향의 특정 작가들을 배제한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판진흥원이 주관한 ‘초록·샘플 번역 지원 사업’ 과정에서 심사를 통과한 도서 4권이 문화체육관광부 지시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미 ‘출판계 블랙리스트’ 사례로 확인된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사업’ ‘2016 세종도서 선정사업’ ‘2016 좋은 책 선정 사업’에 이어 네 번째 의혹이다. 사업 당시 출판진흥원은 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서적을 보고했고 문체부는 해당 도서를 누락시키고 최종 발표에서도 제외했다.

지원에서 제외된 저자와 도서는 김종배·조형근의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정지형의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 등이다.

김종배 작가는 1999년부터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 외압에 의해 2011년 5월 하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팟캐스트 방송 ‘시사통, 김종배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이기호 작가는 책에서 시국사범 수배자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정지형 작가는 빈부격차와 복지문제를 다룬 동화 시리즈를 썼다.

노 의원은 “출판진흥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초록·샘플 번역 지원 사업’ 신청 접수, 선정 결과 내역 자료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책들 모두 ‘심사위원회 선정 후 문체부 지시로 제외된 도서’라고 밝히고 있다”며 “다른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문체부의 삭제 지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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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출판진흥원 이기성 원장은 ‘출판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이 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소관 36개 산하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출판계 블랙리스트를 알고 있냐”는 물음에 “직접 보진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블랙리스트’라고 말하는 것은 특검에서 나온 것을 갖고 말하는 것 같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앞서 국내 양대 출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이기성 원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문체부가 ‘출판 통제’를 위해 임명한 인사”라며 그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원래 출판계는 그렇다”며 “단체도 많고 의견도 많아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수긍하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