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자신을 북한에 억류한 ‘웜비어’에 빗대··· “요양필요해”

입력 2017-10-19 14:31

‘국정농단사건’ 82차 공판에 출석한 최순실이 정신적으로 불안해 요양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순실은 “약으로 버티고 있고, 고문이 있었다면 웜비어 같은 사망사태가 될 정도로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본래 최순실의 구속 기간은 11월 19일 만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재발부되면서 위기를 느낀 최순실이 자신의 구속영장 재발부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웜비어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6일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이다. 

미국 CNN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침해를 당한다는 주장이 보도된 상황에서 최씨도 한국을 북한에, 자신을 웜비어에 빗대 재판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버지니아 주립대학교 3학년 오토 웜비어(22)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 웜비어는 평양 양각도 국제 호텔에 걸려있던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다 발각돼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북한은 ‘체제전복 혐의’를 적용해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북한 방송을 통해 재판 중 울면서 살려달라 호소하는 웜비어의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미국은 북한과 오랜 교섭 끝에 6월 13일 북한에서 웜비어를 송환했지만 뇌 손상으로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 증세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코마에 빠졌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에 돌아온 웜비어를 조사한 결과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앓았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 북한의 학대로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고향에 돌아온 웜비어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시작했지만 6일만이 6월 19일 사망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에서 최순실은 “제가 구속된 지 1년이 되어가는데 검찰이 6~7개월간 저의 외부인 접견을 막고 면회를 허락하지 않아서 한평 방에서 CCTV에 화장실까지 오픈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지금 너무 힘들고 검찰의 불합리한 모습을 재판장이 앞으로 정리해 나가줬으면 하는 입장에서 말한다”고 했다. 최순실은 “제가 정신병자가 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고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순실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정도의 살인적인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재판 지연에 결정적 요인을 제공한 검찰이 재판부에 다시 구속영장 청구를 요청하는 것은 힘없는 피고인에 대한 공권력의 갑질 내지 횡포”라고 했다.

검찰은 이에 맞서 “이 변호사가 재판이 지연된 책임을 검찰에 돌리는데 저희는 신속하게 해왔다”며 “검찰 증거를 피고인 측이 동의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된 것이고 그 책임은 피고인 측에 있다”고 반박했다.

민다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