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정유라 새벽 수사 성희롱”… 朴처럼 ‘인권침해’ 전략?

입력 2017-10-19 11:54
최순실(왼쪽)씨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8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에 대한 남성 수사관의 새벽 조사를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억류 중 혼수상태로 석방돼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자신에게 비유하기도 했다.

최씨는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82차 공판에서 구치소 수감환경, 검찰 수사방법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수감생활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국제컨설팅업체 MH그룹을 통해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 제출을 계획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과 마찬가지로 수감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부분은 독방의 크기와 구조였다.

최씨는 “구속 1년이 돼 간다. 1평(3.3㎡)가량 되는 방에 CCTV를 설치해 감시한다. 화장실이 공개돼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재판에 임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발언은 자연스럽게 검찰의 수사방법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남성 수사관이 최씨 딸 정유라씨를 새벽 2시에 불러 호텔에서 함께 체류한 뒤 법원으로 출석한 과정을 언급하며 ‘성희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렇게 충성경쟁을 벌이는 검찰의 수사방법은 악의적”이라며 “정신병자 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고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고문이 있었다면 웜비어와 같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언급한 ‘웜비어’는 북한 여행 중 정치 선전물 도난을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돼 지난 6월 13일 혼수상태로 석방됐지만 고향 신시내티에서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을 말한다.

최씨의 발언에 앞서 이경재 변호사도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강조하는 발언으로 재판부와 검찰을 비난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살인적인 재판”이라며 “재판 지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검찰이 재판부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힘없는 피고인에 대한 공권력의 ‘갑질’ 내지 횡포”라고 주장했다.

또 “구속영장을 발부한 재판부가 수개월 뒤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게 형사재판의 현실”이라며 “기울어진 재판정에서 어떻게 반전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처럼) 사임하라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나는 (사임을) 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