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 정도 가볍다”…채혈 핑계로 女환자 속옷 벗긴 의사 ‘선고 유예’

입력 2017-10-19 10:21


채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입원한 여성 환자의 바지와 속옷을 강제로 벗긴 의사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35)씨에게 벌금 300만원형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하던 김씨는 2015년 10월 이모(29)씨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입원하자 혈액배양검사를 위해 ‘사타구니 채혈’을 시도했다. 김씨는 “피를 많이 뽑아야 하니 동맥 채혈이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바지와 속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수치심을 느낀 이씨가 주저하자 김씨는 팔에서는 채혈이 어렵다며 갑자기 이씨가 입고 있던 환자복 바지와 속옷을 내렸다. 이씨는 김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김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피고인이 의료행위 목적으로 하의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하의를 내린 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씨의 추행 정도가 가볍고, 사타구니 채혈이 의료행위 과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벌금 300만원형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강제추행에 대한 법리 오해가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 유예 판결을 받으면 2년 동안 별탈 없이 지냈을 경우 전과 기록이 남지 않게 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