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외 호재…한국 경제, 일단 한 고비 넘었다

입력 2017-10-18 15:08 수정 2017-10-18 15:10


한국이 하반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렸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유지 등 대외 호재가 잇따르면서 당초 우려했던 한국 경제 대외리스크는 한 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여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굵직한 현안들이 지뢰밭처럼 깔려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한국,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기획재정부는 미 재무부가 18일 발표한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은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와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이나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처음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이후 반기에 한번씩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미국은 평가 대상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한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가 넘는 경우,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넘겨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경우에 모두 해당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이 가운데 대미 무역수지 흑자(220억 달러)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5.7%)이 기준치를 초과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해 “원화가 달러화 대비 완만하게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순매수 개입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국제신평사, 한국 국가신용등급 최고 수준 유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과 함께 북한리스크 때문에 우려가 컸던 국가신용등급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2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Aa2는 무디스 등급기준 가운데 3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북한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군사적 충돌시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선출 후 소비심리가 상당히 회복됐고, 하반기 중 확장재정으로 소비증가가 전망된다”고 등급 유지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피치도 지난 1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A-로 유지했다. 피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등급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다”면서도 “예전과 유사한 상황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북한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지만 직접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다”며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외환위기 ‘방파제’ 확보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한·중 통화스와프 재연장 소식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당초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깊어지면서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양국 통화당국이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통화스와프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면서 합의를 도출했다.  

중국과 맺은 3600억 위안(560억 달러, 64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맺은 통화스와프(1168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위안화는 기축통화화가 아니어서 유사시 효과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금융위기 대비용 ‘방파제’를 튼튼히 하고,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   

◇꺼지지 않은 ‘위기설’의 불씨…방심은 금물

하지만 일부 대외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기업 철수, 한·미 FTA 재협상과 맞물린 미국과의 통상 갈등과 같은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한다. 중국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맞물려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대외 호재는 언제든 시장을 위협하는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전략인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부로선 고민거리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소비 증가인데 지난 8월 기준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0% 감소하는 등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다만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의 효과로 9월 취업자 증가폭이 31만4000명으로 전달(21만2000명)보다 10만명 이상 늘어나며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증가, 추경 효과로 회복세는 지속되겠지만 통상 현안과 북한리스크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 관리,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회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