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딸 병원비 명목으로 후원금 '꿀꺽'… 사용처는 깜깜

입력 2017-10-18 16:07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인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기부·사회복지기관서 '딸 치료'를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고도 명세서·영수증 등 후원금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씨는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거대 백악종'을 딸과 함께 앓고 있다는 사연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후 이씨는 언론과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하며 모금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씨는 실제로는 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모는 등 풍족한 생활을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의 충격적인 이중생활이 밝혀지면서 부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도움을 줬던 후원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4월에도 A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이씨 딸 이모(14)양의 병원비와 생계비를 포함한 후원금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법인의 원칙상 이씨는 올해 안으로 이양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명세서와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아직까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사회복지법인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관련 서류를 확인 검토해 지원 결정을 내렸다. 담당자가 이씨와 전화로 연락을 계속하며 10월까지는 서류를 제출하기로 했던 상황"이라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 후원자들에게도 당황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씨는 기부·사회복지기관을 통하기보다는 주로 딸과 부인 등 개인 계좌를 홈페이지나 SNS상에 알리는 방식으로 모금 활동을 해왔다. 개인계좌로 보내진 후원금의 경우 총 모금액과 사용처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후원금 사후 관리에 한계가 있다.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대부분 자선단체들은 병원비 지원시 병원에 직접 기부금을 주거나, 이후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가정방문 등을 통해 사후관리를 한다"며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경우보다 사적으로 유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NGO단체의 경우 후원 사례가 생기면 전문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해 관계 기관과 연결해주고 영수증을 첨부받는다. 예를 들어 수술비, 치료비 같은 병원비가 필요할 때 사적으로 유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병원으로 후원금을 보낸다. 주거비나 등록금 같은 교육비를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는 개인을 통한 직접 기부의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며 "개인을 통한 직접 후원은 얼만큼 모였고 어떻게 쓰였는지 관리하기 힘들다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 사람이 1만원을 보내도 모이면 1000만원이 생기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기부금의 투명한 사용뿐 아니라 도움받는 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도 공신력 있는 단체를 통한 기부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이씨의 각종 의혹에 대해 전담팀을 지정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의 기부금 유용과 재산 형성 관련 수사는 중랑서 지능팀이 전담 중이다. 경찰은 기부금품법 위반·사기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