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현우)는 18일 이별을 통보하고 만나주지 않는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 등으로 구속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3년간 교제한 여자친구 B(23)씨가 헤어지자고 한 뒤 만나주지 않자, 지난 6월 12일 B씨를 찾아가 성폭행했다. 또 자신을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성폭행 사실 등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별의 기술'이 필요한 세상?
이처럼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실연남’들의 대응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애인을 돌려달라며 자살소동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헤어지자는 여성을 납치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경우까지 빈발하고 있다.
실연이 부른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몇 해 전 유사 사건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런 사건을 예방하려면 일방적 이별 통보는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하며 ‘안전한 이별 요령’을 설명하기도 했다. 연인의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에게 '이별 요령' 안내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던 사건은 '납치'였다. 7개월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당시 23세)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남성(24)은 '배신감'에 휩싸여 한 달을 보내다 흉기와 렌트카를 준비해 여자친구의 직장에 찾아갔다. 회사 건물에서 나오던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차에 태워 납치했다. 옆에서 말리던 여자친구의 직장동료를 둔기로 폭행하기도 했다. 그는 여자친구를 차 안에 감금한 채 돌아다니다 3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얼마 전에는 '방화'가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 실연당한 뒤 여자친구 집에 불을 지른 3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한때 동거까지 했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그의 집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달아났던 남성은 경찰에 붙잡힌 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버림받은 남성의 복수심은 나이와 무관했다. 경남 마산에선 헤어지자는 내연녀와 말다툼하다 목 졸라 살해한 60대 남성이 비슷한 시기에 구속됐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제초제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했다.
당시 경찰은 보도자료에 이례적인 조언을 담았다. ‘헌신적 애정공세를 펴던 남성이 실연당한 뒤 보상심리로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별범죄를 예방하려면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한다. 일방적 이별 통보보다는 남성에게 서서히 정리할 시간을 줘 상실감을 줄여야 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