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 수감 중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제법률팀'으로부터 제기됐다. 국제법률팀은 이 내용을 담은 문건을 한국 인권보고서를 준비 중인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CNN은 17일(현지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제법률대리인을 맡은 MH그룹이 작성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문건에는 65세의 고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럽고 추운 감옥에서 지내는 데다 계속 전등을 켜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구치소는 오후 9시까지 불을 켜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MH그룹은 이 문건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정식 보고서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CNN에 밝혔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한 달 안에 한국 인권보고서 작성을 위한 검토에 착수한다. MH그룹은 인권보고서 작성 시점에 맞춰 이 문건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과 무릎·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호소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영양 실조(malnutrition)로 고통받는다는 표현도 나왔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으며 제대로된 치료를 받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적혔다고 CNN은 전했다.
MH그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잔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구치소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접이식 매트리스를 갖고 있는 데다 한국의 구치소는 침대를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CNN은 전했다.
MH그룹이 문건에서 주장한 내용 일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6일 법정 발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일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구속돼서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면서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CNN은 MH그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제법 관련 대리 업무를 맡았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MH그룹이 리비아 전 대통령의 아들인 사이프 가다피를 변호하는 등 고위급 인사의 국제법 대응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