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환율조작국’ 지정 피해… 김동연 “급한 불 껐다”

입력 2017-10-18 08:31

미국 재무부가 18일 발표한 ‘주요 교역국과의 환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실제 제재는 크지 않아도 국제적 평판이 크게 악화할 수 있고 수출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환율조작국 지정 고비를 넘긴 데 대해 “급한 불은 껐다”고 표현했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주요 교역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대만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해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했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고 2015년 교역촉진법을 만들어 환율조작국 기준을 구체화했다. 상반기(4월)와 하반기(10월)에 각각 환율 보고서를 작성해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밝힌다.

①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②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③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3가지 중 2가지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월 보고서에서 ①과 ②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이 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두 요건에만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정책권고로 내수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지난번 보고서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 경제관료들을 만나 환율정책을 적극 설명했다.

한·미 재무장관 양자회담을 갖고 한국의 인위적 환율시장 개입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력하게 개진했다. 미 재무부에서는 이례적으로 데이비드 말파스 대외경제 담당 차관과 시걸 맨델커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동시에 배석해 김 부총리의 설명을 들었다.

김 부총리는 정식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은 6월 22일 므누신 장관과 전화회담을 가졌고 7월 G20 정상회담에서도 므누신 장관을 만나 양국 경제현안 등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실무진도 추석연휴를 앞두고 미국 재무부를 직접 찾아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가와 고령화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논리를 설명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수시로 협의하며 환율보고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제외됐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김 부총리는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과 중국에 대해 급한 불은 껐다”고 평가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된 것과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을 함께 언급한 말이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