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청와대 컴퓨터 서버 82대가 폐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폐기된 서버에 어떤 자료가 담겨 있는지 백업은 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압수수색 전망이 나온 시기에 서버를 폐기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JTBC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제출받은 ‘서버․컴퓨터 구매․폐기 상세 내역’ 자료를 17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20일 후인 지난해 12월29일 청와대 서버 22대를 폐기했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한지 8일만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이 거론되던 시기다.
뿐만 아니라 닷새 전엔 최순실씨가 특검에 처음 소환됐고 사흘 전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주거지 등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상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4월17일에도 서버 60대가 폐기됐다. 이 또한 5‧9 조기 대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는 시점이었다. 청와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문서 파쇄기 26대를 구매한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위해 폐기한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된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청와대의 반대로 매번 무산됐었다. 지난해 10월 2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때 청와대는 수사팀이 경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청와대 연풍문에서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를 임의로 제출했다. 2월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때도 청와대는 특검의 경내 진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특검은 5시간 만에 철수했다.
3월 2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비위 의혹을 밝히기 위해 민정수석실 산하 사무실 3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 경내 진입이 또 무산됐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청와대 서버는 모두 초기화된 상태였으며 이 때문에 서버를 폐기하면서 백업을 했는지, 폐기된 서버에 어떤 자료가 담겼는지 현재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