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작년 공채 때 ‘국정원·금감원·VIP 자녀’ 특혜 채용

입력 2017-10-17 13:39

우리은행이 지난해 공개채용 합격자 200여명 중 약 10%인 20여명을 특혜 채용했다. 국정원 직원의 자녀, 고액 고객 자녀, 금융감독원 간부 요청 등에 따라 추천 채용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7일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분노를 넘어 참담하고, 이 문건을 보는 수백만 취업 준비생들과 ‘백’ 못 써주는 부모님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일 것”이라며 “금감원 조사는 물론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내부 자료는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문건이다. 자료 안에는 국정원, 금융감독원, 전·현직 우리은행 임직원 자녀들의 지원 현황이 정리돼 있다. 관련 정보란에는 ‘OOO 요청, OOO 조카, OOO 지인 자녀, OOO 자녀’라는 명칭이 쓰여있다. 이들을 추천한 우리은행 간부의 이름도 적혀있다. 결과란에는 모두 ‘채용’이라고 돼 있다. 2016년 공개채용에는 1만7000여명이 지원해 8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은행 지점장, 센터장 등 우리은행 간부들이 추천한 지원자들에는 국정원, 금융감독원, 국군재정관리단 등 사정기관에 재직하는 직원들의 자녀, 병원 이사장, 지자체 인사, 은행 VIP의 자녀들이 포함됐다.


우리은행 센터장이 추천한 한 기업체 CFO 자녀에 대해서는 비고란에 ‘여신 740억’ ‘신규여신 500억 추진’이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센터장이 추천한 OO메디피아 병원장 자녀에 대해서도 ‘여신 0.9억원, 추가 거래 진행 중’이라고 기재했다. RAR(위험조정수익률)을 고객별로 나타내 비고란이 기입하기도 했다. VIP 고객이 은행에 얼마나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지 기록해 둔 모습이다.

추천 명단에 포함돼 최종 합격됐던 A씨는 채용 이후 일과시간 무단이탈, 팀 융화력 부족, 적극성 결여 등을 이유로 사내 인재개발부의 특이사항 보고에 올랐다고 심 의원은 밝혔다.

심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국민적 공분이 거센 가운데 또 한 번의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채용 특혜 의혹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국정원 직원의 자녀와 감독 대상인 금융감독원 임직원의 자녀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 우리은행 고액 고객의 자녀까지 대가성 공채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홍보실 측은 “2008년부터 블라인드 면접을 하고 있는 데다 100명의 면접관이 면접 당일에 수험생을 만나게 돼 있어 채용 특혜가 불가능하다”면서 “문제가 된 문건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