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성폭력 피해자에 2차 가해하고도 ‘구두경고’만

입력 2017-10-17 11:32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2차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의원은 17일 한중연의 선임행정원 A씨가 사업관리실장 B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신고했으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한중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올해 6월 B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사내 성희롱 고충처리 조사위원회에 성희롱 고충 신고서를 제출했다. 두달 뒤 한중연은 성희롱을 인정하고 B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상사인 사업단장 C씨는 A씨를 불러 합의서 작성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화해하지 않을 경우 B씨의 고용이 보류된다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부서를 옮길 때마다 문제를 일으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직무역량도 부족하다”고 비난하며 피해자인 A씨에게 2차 피해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중연 사무국 측은 C씨가 A씨에게 성희롱 2차 피해를 준 사실을 확인하고, “앞으로 A씨에게 업무 지시나 보고 외에 성희롱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을 알렸다. 그러나 이런 구두경고 외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또 “피해자가 오히려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 자신이 속한 단위에서 질시나 배척을 당하는 억울함을 경험해야 했다”며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며 비난하는 C씨의 태도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분명한 2차 가해 행위이기 때문에 기관 차원의 조사와 징계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