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와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허가 없이 무단으로 농지에 선친 묘지를 조성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이전 요구에도 이행강제금만 내면서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17일 산림청 국정감사에 앞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가족묘지 설치 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최씨 가족이 묘역을 허가없이 조성하고, 묘지 면적 및 봉분 높이 규정도 위반했으며 산지전용허가 없이 산림을 불법 훼손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이 관련해 최씨 측에 10월 말까지 묘지 이전과 임야 복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회신이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대기업 일가 역시 현행법이 이행강제금 외에 다른 강제 수단이 없는 점을 악용해 불법 가족묘지를 조성·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2005년 양평군이 부친인 정세영 전 회장의 무허가 불법묘지 조성 사실을 조사해 검찰 고발조치까지 했지만 버티기로 일관 중이다. 정 회장은 2015년 12월 장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을 냈으며 이후 수 차례 이장 요구에도 이행강제금 납부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온 그룹 역시 불법으로 분묘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주차장까지 신설했다.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은 1991년과 1999년 경북 청도군 일대 농경지에 허가 없이 불법으로 부모 합장묘를 만들었다. 이곳은 등기부등본상 ‘전(田청)’으로 규정되어 있어 묘지와 주차장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이다. 청도군청은 올 1월 담 회장 측에 부모 묘지를 원상 복구하라는 사전통지문과 공문을 발송했다.
태광그룹 역시 가족 묘지를 조성하면서 관할 관청에 신청하지 않았다. 포항시청은 ‘태광그룹 묘지 조성과 관련한 기록된 내용이 없어 신고되지 않은 묘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농지나 임야에 불법적으로 묘지를 조성한 주요 인사들이 적발되더라도 연간 최대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며 “벌금 부과 외에 행정당국이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극 고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