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500만원을 내라”며 장의차를 가로막은 충남 부여의 한 마을 주민들이 16일 유족 대표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다. 당시 길을 막은 마을 주민 4명 중 이장 A씨를 제외한 3명이 경찰에서 공갈협박 혐의로 조사를 받은 직후였다. 이들은 마을 기부금 명목으로 받은 통행세 350만원도 즉석에서 반환했다.
유족 대표 B씨는 이날 세계일보에 “어머니 묘소 현장에 내려왔는데 마을 주민 측에서 사과의사를 밝혀 마을 이장 A씨 등 2명을 만났다”며 “두 분이 무릎을 꿇고 ‘경위야 어땠던지 간에 무조건 잘못했다. 정말 죄송하다’고 수차례 말씀하시기에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통행료 350만원도 그 자리에서 돌려받았으며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져 합의문도 써줬다. 하지만 마을 이장 A씨 등 주민 4명이 받고 있는 공갈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쌍방 합의서와 상관없이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다만 합의서는 검찰 기소과정에서 죄질의 경중을 판단할 때 참고 사항이 된다.
이날 유족 대표와 마을 주민의 만남은 주민들로부터 현금 반환과 사과 의사를 전해들은 경찰이 때마침 현장에 내려온 유족에게 연락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당시 장의차를 가로막은 마을주민 3명이 장례 방해와 공갈죄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마을 이장 A씨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이틀에 걸쳐 공갈협박에 가담한 주민 4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면서 “이들에게 공갈죄를 적용할 계획인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또 장례방해혐의(3년 이하 징역)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을 이장 A씨는 그동안 돈을 강요한 사실이 없고, 주겠다고 해서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자발적인 마을기부금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을 옆 300m 이내 묘지를 쓸 수 없도록 한 장사법이 개정된 10여년 전부터 우리는 300m 이내에는 어떤 경우도 묘지를 못 쓰게 하고 있다”며 “300m를 넘는 경우엔 마을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통행료를 받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