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현충사에 심은 ‘금송’…알고보니 ‘일본 천황 상징목’

입력 2017-10-17 10:52
현충사 본전 앞 금송. 사진=뉴시스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진 금송이 임진왜란 유적지에 식재돼 있어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산 현충사와 금산 칠백의총, 안동 도산서원에 금송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충사는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충무공 이순신을 위한 사당이고, 칠백의총은 임진왜란에서 전사한 의병 700명의 무덤이다. 도산서원은 조선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금송은 고야마키라고 불리는 일본 특산종이다. 도쿄의 메이지 신궁 등에서 주로 볼 수 있어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 관료가 총독관저(현 청와대)에 심으면서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때문에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위인과 의병들을 기리는 유적지들의 건립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기념식수하는 박전희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현충사와 칠백의총에 있는 금송들은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 한 것이다. 도산서원에 있는 금송은 박 전 대통령이 1970년 청와대 집무실 앞 금송을 옮겨 심었지만, 2년 만에 말라죽어 안동군이 동일 수종을 다시 심은 것이다.

유적지 내 금송 이전에 대한 움직임은 2011년 한 차례 있었다. 시민운동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가 현충사 본전의 금송 이전을 요구하며 문화재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현충사 성역화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헌수한 기념 식수목으로 시대성과 역사성을 나타낸다”는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다. 당시 단체는 문화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각하를 결정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