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어금니 아빠’ 실종신고 때 소란스러웠다던 지구대 확인해보니

입력 2017-10-17 08:30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의해 목숨을 잃은 피해 여중생의 실종신고 당시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엔 지구대 안이 소란스러워 피해자 어머니의 얘기를 못들었다는 경찰의 주장과 상반된 장면이 담겼다.



노컷뉴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CCTV영상을 17일 공개했다. 영상에는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5분쯤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에 방문해 실종신고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 따르면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는 23시 45분(11시45분) 지구대에 도착해 아이의 인적사항 등 최근 정보 등을 문서로 작성해 제출했다. 다음날인 10월1일 0시33분에 귀가한 피해 여중생 어머니는 아이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이양이며 지구대에서 경찰관을 앞에 두고 통화까지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 여중생이 어머니로부터 이양의 존재를 다음 날인 1일 밤 9시쯤 들었다고 반박했다. 일찍 알려줬다면 이양을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책임 회피 발언이라는 비난이 일자 경찰은 뒤늦게 “통화를 했다고 해도 지구대 안이 소란스러워 잘 들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컷뉴스가 공개한 영상엔 소란스러운 장면은 없었다. 피해 여중생 어머니가 지구대에 방문했을 때 지구대에 있었던 일반인은 4명 뿐이었으며 행패를 부리거나 추가로 민원이 접수돼 지구대 안이 분주한 상황이 되진 않았다.

지구대 안엔 최소 5명에서 최대 8명 정도의 경찰이 자리를 지켰다. 2~3명은 태연히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는 지구대 안에서 2분18초간 이양과 통화를 했지만 경찰은 이조차 인지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셈이다.

3시간쯤 뒤 중랑서 여성‧청소년 전담수사팀이 지구대에 나타났지만 ‘초기수색이 끝나간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각 피해 여중생은 이영학의 집에 잠들어 있었고 다음날 싸늘한 주검이 돼 발견됐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초동수색이 미흡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초동수사만 잘했어도 피해 여중생은 살릴 수 있었다” “경찰의 무능력으로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모니터 보던 경찰이 이영학네 집에만 찾아갔어도”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