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35) 사건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경찰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비판했다.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표 의원은 피해자 A양(15)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 초기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분석했다. 표 의원은 “내사를 진행하는 경찰관들과 실종을 접하는 지구대 경찰관, 여성 청소년계 사이에 칸막이가 대단히 높다”면서 “서로 같은 경찰서 소속이면서도 유사한 지역, 대상자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연락, 소통이 이루어지고 기록을 검토하는 부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찰구조인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이 실종사건 자체가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양은 실종신고 후에도 이영학의 집에서 13시간 가량 살아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양 실종을 단순 가출 신고라고 안이하게 판단해 시간을 허비했고, A양이 숨진 후 5일 뒤에야 이영학과 딸 이모양(14)을 검거했다. 피해자 부모는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CCTV를 직접 확인하고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 경찰을 데리고 갔다. 경찰은 영장이 없다며 주저했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피해자 부모가 이영학의 집을 찾는 등 직접 조사했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 선진국가, 민주국가, 우리나라 수준 정도의 경제나 사회 발전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추어인 피해자 부모가 그렇게 하실 정도라면 그보다 훨씬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경찰이 좀 더 빨리 좀 더 적극적으로 내부수색까지 했었어야 한다”며 “영장이나 강제수사 기능 없이도 문 두드리고 초인종 눌러서 이영학이 나오면 임의적인 진입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 의원은 “우리 경찰이 지금 현재 너무 위축되어 있고 비전문적이고 서민들의 아픔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보듬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에 심각한 병이 걸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쓴소리했다. 또 “이번 사건도 혹시라도 감찰조사 벌여서 현장경찰관만 몇 명 징계하고 끝내버릴 그럴 우려가 있어서 대단히 걱정된다”며 “사건의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다른 이면에는 ‘우리 경찰은 왜 이 모양인가’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의원은 남편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이영학 아내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영학의 아내가 주장이 거짓이라면 무고죄로 판단했어야 하는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영장을 기각해버렸다는 것이다.
살인사건의 공범인 이영학의 딸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이영학 형의 집에 머물고 있는 사실도 “절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표 의원은 “첫번째로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 개입한 공범이고 두번째로 이영학의 범행에 대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해 줘야 한다. 세번째로는 본인 스스로 중병을 앓고 있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이영학의 가족들은 이 세가지 측면에서 증거 인멸 등의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